이름:볍氏 (moonemi@hanmail.net)
2004/2/21(토) 00:42 (MSIE6.0,Windows98,i-NavFourF) 61.82.43.45 1024x768
새 창애..  


▲눈 내린 뒤, 밭 자락이나 둑방 옆 새들이 내려 앉을만한 자리에 펼쳐 놓던 새창애..

겨울이 다 가고 있건만, 은근히 삭아 가는 아궁이 숯불 속에서
군고구마 꺼내듯, 지난날 겨울 이야기 하나 해 볼까 합니다.

새 창아-새 창애를 아는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어릴 적, 눈 내린 뒤 추운 겨울날이면..
저만치 밭 자락이나, 짚 낱가리에 곁에 펼쳐놓고 내려앉는 새들을 잡던 덫.


▲가시철조망 철사와 와이줄로 만든 새 창애의 위협스런 '벌린 입' ..

새 창애는, 보통 가시철조망에서 가시철사를 벗겨낸 철사로 틀을 만들었습니다.
거기다가, '와이 줄'이라 해서 탄성이 강한, 이를테면 스프링을 뱅글뱅글..
여러 번 감아, 새가 벼이삭이나 조 이삭을 매단 '모이-먹이통'을 건드리면..
퉁그러 지면서, 마치 조개가 입을 다물 듯, 새 창애 위아래 틀이 닫히도록 했습니다.

주로, 멧새나 촉새, 쪼롱새-방울새가 많이 잡혔고..
어쩌다, 배바리-붉은머리오목눈이나, 아주 드물게는, 짚 낱가리 근처에서 참새가 잡히기도 했습니다.
새들은 대개, 탄성에 의해 퉁그러진 새 창아에 목이 끼어 잡혔습니다.

아이들은, 새가 많이 내리는 자리에, 각자의 새 창아를 여러 개씩 펼쳐 놓았습니다.
새 창아를 놓은 자리로, 새떼가 날아 앉으면 이만치 멀찍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배곯은 새들이, 뭔가 주워먹을 것을 찾다가..
"이게, 웬 벼 알이냐?!" 반가운 마음에, 새 창아 먹이통에 매단 벼알에 부리를 대는 순간!!
철썩!!! 새 창아는, 퉁그러지면서 새의 목을 향해 입을 꽉 다뭅니다.


▲새 부리로 살짝 건들기만 해도, 금세 퉁겨 오를 것 같은 새 창애 ..

새창아에 걸린 새는, 한 두 번 펄썩! 펄썩! 날개 짓으로, 낮게 뛰어 오르기도 하지만..
된통 맞은 새는, 그러지도 못하고 금세 까물어 치거나 달-달-달.. 다리를 떨며 숨을 할딱입니다.
볏짚으로 가늘게 꼰 새끼줄을 허리춤에 매단 아이들은, 주렁주렁 새의 목을 새끼줄 사이에 끼워 넣습니다.
새끼줄에 매단 새의 수가 많아질수록, 추위에 손과 발이 언 아이들의 마음은 뜨듯해 저 갑니다.


▲먹을 것 찾기 힘든, 눈 내린 들판, 새 창애 먹이통에서 새들을 유인하는 벼이삭..

어쩌다, 큰 부상 없이 잡힌 새를 잡아 손에 쥐거나, 조심스레 잠바 주머니에 넣고 있노라면..
팔딱이는 새의 심장 소리와, 놀란 새의 뗑그랗고 까만 눈망울이 가까이 전해져 옵니다.
그런 새를 집으로 가져와 길러보려 하지만, 성질 급한(?) 새들은 대개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 버립니다.

하긴, 아이들이 겨울새를 잡는 목적은 새장에 넣고 기르려는 것 아니라..
숯불 위 석쇠나, 들기름(?) 두른 후라이팬에 구워 식구들과 함께 고소한 새 구이를 맛보려는 것입니다.

요즘은, 새창애도 보기 어렵게 됐지만..
지금도, 동네엔 몇 개의 새 창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겨울이면 몇 마리씩 새를 잡는, 두 집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누군지 는 밝힐 수가 없지요
사진의 새 창애도, 그들 중 한 분에게 얻은 것입니다만..


▲이따금, 새는 잡지 못하고 퉁그러지는 새 창아가 있기도 했는데-사진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약은 참새..



210.105.211.143 앞산: 캬! 우리친구 빨간소가 선수였는데.........ㅋㅋㅋㅋ [02/21-07:33]
61.74.12.164 볍氏: 그랬었나? 다는 형, 아우들 중에도 '선수'들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 되는데.. 그나 저나, 이제 멧새, 들새가 배 곯는 추운 겨울도 다 갔구만은.. [02/26-08:38]
220.72.210.219 이은성: 참새가불상해 [08/26-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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