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람]-민씨댁 아주머님(민용근 어머님)..

▶돌아가시기 두어해 전, 민씨 댁 아주머님 - 1999?..
여러 해 몸과 마음 그리고 삶의 뿌리를 박고 살아 온 우리들의 고향-무네미..
그 무네미를 떠나게 되는 이유-모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네미를 떠나 삶의 터전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경우와, 무네미에서 살다 세상을 뜨게되는 경우..
우리들이 기억하고 있는 민씨 댁 아주머님 - 민용근 어머님..
이 십여 년도 더 앞서 돌아가신 고故 민병구 님의 마나님-민씨 댁 아주머님..
무네미에 민씨 댁은 딱 한 집, 그 댁 뿐 이었습니다.
민씨댁 아주머님은 무네미에서 사시다, 돌아가시기 전 몇 해는 치매등 지병을 앓으셨습니다.
사진의 모습은, 병을 앓고 계시면서도 이따금 밖을 나와 거니실 때..
아마도, 그 댁 벽 앞에 잠깐 서 계시라 하고 찍었던 것 같습니다.
젊으셨을 시절, 여장부 같이 힘 좋고 체격도 우람(?) 하셨던 민씨댁 아주머님..
세월과 질병의 썰물, 밀물에 떠밀려 돌아가시기 전 몇 해는 고통을 당하셨습니다.
어릴 적, 그때는 왜 그렇게 배탈이 자주 났던지..
배탈이 나면, 어머니 등에 업혀 민씨댁 이나..
저의 친구 이춘만의 큰아버님 댁으로 침을 맞으러 갔습니다.
양쪽 엄지손가락 곁 그리고 엄지발가락 곁에, 꾹! 꾹! 침을 맞고 나면,
쌀쌀하니 배를 아프게 했던 쳇증은 금세 사라지곤 했습니다.
민씨댁 아주머님은 시아버님으로부터 침술을 이어받아, 동네 사람들의 아픔을 덜어주시곤 했습니다.
제가, 민씨댁 아주머님의 침을 마지막으로 맞은 것은, 군복무 때 첫 휴가를 나와서입니다.
겨울철이었는데, 양쪽 새끼발가락에 얼음이 잡혀서 벌거니 동상기운이 돌았습니다.
친구 춘만, 형근, 호경 등과 밤에 민씨댁을 찾아가, 침을 맞아야 할 것 같다고 발을 내밀었습니다.
발을 보시더니, 아주머님은 침을 맞고 피를 빼야겠다고 하시더군요.
침통에서 좀 넓적하다 싶은 침을 꺼내시는데, 제가 주사와 침 맞는데는 겁이 많았던지라..
저 스스로 침을 맞을 테니, 침을 제게 건네 달라고 하였습니다.
아주머님은 그런 법이 어디 있냐고, 아프지 않게 놔 줄테니 어서 발을 내밀라 하시고..
저는, 아무래도 마음이 다져지지 않아서, 제가 제 발에 침을 놓겠다고 우겨서..
결국은 아주머님으로부터 침을 건네 받아, 찔끔.. 찔끔.. 피도 많이 빼내지 못하고 발가락을 몇 번 찔렀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민씨댁 아주머님이 언제 돌아가셨더라?
무네미 카페(http://cafe.daum.net/moonemi) <화강> 게시판을 찾아보니, 2001년 6월 22일에 돌아가셨더군요.
민씨 댁 아주머님이 돌아가시기 전 해에, 민씨 댁 가족은 모두 서울로 떠났습니다.
서 너해(?) 병환을 앓으시던 민씨댁 아주머님은 아드님-용근씨를 따라 무네미를 떠나 지내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이제, 돌아가신 민씨댁 아주머님은 영원한 '무네미 옛 분'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무네미엔 <민씨 댁>이 없습니다.
마치, 지나간 세월을 되돌릴 수 없는 처럼..
예전에 살던 곳으로 되돌아온다는 것, 되돌아간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 같습니다.
그러나, 민씨댁 아주머님을 기억하는 무네미 사람들의 기억 속엔, 그 댁이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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