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입추가 지났고 내일이면 말복 입니다. 아침이면 조금은 서늘한 기운이 문밖 공기와 방바닥에서 느껴지기도 합니다.논두렁을 한바퀴 돌아 볼라치면 바지가랑이를 적시는 아침이슬이 좀 더 차가워진 걸 알게 됩니다. 논둑에서 만나는 늑대거미며 왕거미의 텃밭-거미줄에 옭매인 작은 날곤충들을 만나게되면, 냇가에 드리운 그믈에 걸려든 피라미(날피리며 불거지)가 떠오르기도 하면서, 거기서 벗어나려 긴 여름밤을 몸부림 쳤을 작은 날곤충들의 맥빠짐을 엿보기도 합니다. 저녁나절 논을 돌아보다가 한참 꽁무니로 텃밭을 일구고 있는 거미들을 볼라치면 왠지 "산 입에 거미줄 치랴?"는 옛말이 떠오르곤 합니다. 이즈음 논들엔 올벼 늦벼 가릴것 없이 벼가 거의 다 팼(이삭이 나왔)습니다. 차츰 고개를 숙여가는 벼이삭을 보면서 한달쯤 뒤에 펼쳐질 <황금들판>을 그려보는 농부의 마음은, 가을날 바지랑대 끝에 앉아 가뿐한 날개로 햇볕을 핥는 고추잠자리의 잔등 만큼이나 흐믓하다 할까요. 요며칠 가끔씩 장마기운에 등 떠밀린 소나기가 내리곤 합니다. 기억해 보세요. 저- 쪽 운장리 지나 오성산 앞자락이나 안양골 너머 대성산 쪽에서 <쳐들어오는> 시커먼 먹구름 아래 굵은 장대 소낙비. '후두둑- 두둑-' 처음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들이 행길이며 마당을 때리고 튀어 오를때 매캐-틉틉한듯 콧속으로 스미는 독특한 흙내음,맡아 지십니까? 그러나, 아쉽게도 그 흙내음 마져 이제는 거의 옛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농촌, 시골에서도 논,밭을 제하곤 맨땅-흙의 공간이 많이 줄었으니까요. 논둑을 걸으며 벼를 살피다 가끔 유재석과 그 사촌 방아깨비들을 만나게 됩니다.메뚜기나 방아깨비는 우리가 어렸을적 가을날의 고소한 <먹거리>요 살아있는 <장난감> 아니었습니까? 생각해 보면 친구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사람)와 우리가 갖었던 옛 기억속의 어느 대상과의 관계에서도 싹 터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볍氏는 메뚜기와 방아깨비를 친구로 생각해 볼까 합니다. 메뚜기 친구를 도시의 어느 술집 안주 접시에서 만났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가 그다지 고소하지 않았던 것은 단지 중국에서 건너온 때문만이 아니었음을 이제서야 알것 같기도 합니다. 계절이라, 가을을 예감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한낮엔 뜨거운 때가 많습니다. 그 볕을 흠뻑 받아 곡식들이 잘 영글어 가길 바라는 마음은 농부들 만이 갖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국민 모두가 나라의 경제를 염려하듯,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 또한 하나 일 것입니다.그리고 국산품이 어느 나라 물건에 쳐지지 않는 품질이길 기대하듯, 먹거리 역시 외국 농산물 보다 믿고 먹을 수 있기를 바랄 것입니다.그 기대들을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마늘 한접,과일 하나라도 어느 나라 땅에서 난 것인지 꼭 확인하길 바랍니다. 길가며 개울 둑방엔 노란 달맞이 꽃이 피어났습니다.달밤을 걷고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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