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볍氏 (moonemi@hanmail.net)
( 남 ) 2003/5/16(금) 22:43 (MSIE6.0,Windows98,i-Nav3.0.1.0F) 61.74.13.238 1024x768 |
 모판 나르기  못자리를 논마다 따로 따로 하는 농가가 차츰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저도 줄곳 못자리를 한군데다 하고, 모내기 할 논을 써레질 해 놓은 뒤 모판을 옮겨갑니다. 며칠 전, 운장리 논에 심을 모판을 옮겨가는데는 위 사진의 <모판 지게>를 이용해 봤습니다. 못자리 배미에서 저만치 차를 세운 곳까지 나가 모판을 옮겨 실어야 하는데, 여느 해처럼 트랙터 바가지를 이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모두들 한창 바쁘게 써레질을 하느라 빌릴만한 트랙터를 찾지 못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며, 뉘 집 트랙터가 놀고있나? 하고 살펴봤지만 한가한 트랙터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손으로 옮겨 날라야 겠다 생각하고 보니, 뒷간 지붕 밑 선반에 얹어놓은 모판지게가 떠올랐습니다. 모판지게는 이젠 농사를 지으시지 않는 동네 어르신 댁에서 70년대 식 제초기와 함께 저에게 주신 것입니다.  모판지게는 지게 다리(?)에 구멍을 뚫어, 모판을 얹을 수 있는 받침 막대를 꽂은 형태입니다. 원래는 받침 막대가 여덟 개 였는데, 세 개는 부러지고 다섯 개가 남아 있습니다. 모판 다섯 장을 지게에 얹어 한참을 나르다 보니, 여덟 장씩 나르기는 제겐 벅차겠다 싶더군요. 그렇지만, 손으로 두 세 장씩 나르는 것보다는 모판지게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여겨졌습니다. 위 사진에서, 저와 함께 모판 나르는 일을 한 이는 동네 김광석 후배입니다. 광석 후배는 힘이 좋아 한 번에 석 장의 모판을 들고 나르지만, 저 같으면 힘들고 불편해서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모판지게도 한참을 지다 보니 무릎이 무거워지고, 허리도 점점 굽어져 가더군요 지금처럼 반듯하게 경지 정리된 논도 아니고, 널찍한 농로도 없던 시절.. 우리네 조상님들은 꾸불꾸불 수 백 미터나 되는 좁은 논둑 길을 지게로 모를 지어 나르곤 하셨을 것입니다. 농사일을 하다 가끔 힘겨움을 느끼게 될 때, 옛 분들의 농사 방식과 그 어려움을 생각해 보곤 합니다. 농사가 많이 기계화된 이 시절에도, 꼭 사람의 손으로 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게 마련이고, 그런 일들을 통해 우리네 농사, 농촌, 농민의 옛 시절과 지금을 비교해 보곤 합니다. 모쪼록, 올 가을엔 <빚지게> 지는 일 없었으면 합니다. 아래 사진은, 작년에 사촌동생 수일의 트랙터를 빌려 고개 너머 논으로 모판을 나르던 모습입니다.  바탕음악: 김용우-지게소리, 음악이 좀 처량하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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