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볍氏 (moonemi@hanmail.net)
( 남 ) 2003/4/21(월) 06:52 (MSIE6.0,Windows98,i-Nav3.0.1.0F) 61.74.10.47 1024x768 |
 Re..작년, 밀계보 친 이야기..  어제, 밀계密溪 보洑를 쳤다. 올해 처음 부치기로 한 수원집(국환 아저씨댁) 논이 밀계 보에 들어 있어서, 밀계 보를 쳐보기도 처음이다. 황사가 자욱하게 떠다니고 날이 쌀쌀하다 보니, 늦게들 나오셨다. 나오신 분도 몇 안돼, 전부 여덟 이었다. 봇도랑이 콘크리트 관이어서 흙 도랑 보다 일하기는 힘이 덜 들었다. 보 아귀(어귀)에서 쓸려 내려온 모래와, 논둑에서 흘러내린 흙을 걷어내고 도랑 곁에 난 잡풀을 깎아내며 올라갔다. "개구리가 있긴 있어!..." 을종 아저씨가 봇도랑에 엎드려 있던 개구리 한 마리를 잡아 보란 듯이 치켜 드렸다. "갖다가 궈 먹어야지...." 개구리 뒷다리를 잡고 시멘트 수로관 벽에 때려 <기절> 시키셨다. ..  도랑을 더 쳐 올라가다 보니, 개구리 두 마리가 서로 엎고, 안고 있었다. 다른 분들이 보실까 슬그머니, 안아서는 물 있는 논으로 옮겨 주었다. 엎고 안은 개구리들을 보며.. '나도 너희들처럼 이따금 그렇게 있고 싶다......' '부디, 살아남아서 알 많이 슬어라.....' 보 치기는 두어 시간만에 끝났다.  장화 어딘가 구멍이 났는지, 물이 새서 조금씩 흘러내리는 봇물에 발이 젖었다. 못자리하기 전에 서둘러 친 밀계보. 올해는 봇도랑 마르지 않고 물을 가득 실어 나르길.. 일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길옆에 죽어있는 기러기를 만났다. 뭔가 잘못 먹은 것 같았다. 갈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렇게 죽어 갔구나.. 20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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