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볍氏 (moonemi@hanmail.net)
( 남 ) 2002/10/28(월) 22:17 (MSIE5.01,WindowsNT5.0) 61.74.13.113 1024x768 |
 가을 들녘-볏짚 묶기..  날이 많이 추워졌습니다. 아직, 밤나무는 잎을 다 떨구지 않았고 산 나무들도 단풍든 잎새를 달고 있지만.. 철원은 이미 겨울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며칠 전부터, 일기예보에서는 기온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지역으로 철원을 불러 세우고 있습니다. 마당 밤나무 밑 허름한 집에서, 올해로 다섯 해 째 겨울나기를 하게 될 집 개-발바리 토토는, 스산하게 불어 대는 초겨울 바람을 코끝으로 맞으며 <각오>를 다지고 있을 듯 합니다. <모아기>로 모아 놓은 볏짚은 트랙터에 연결한 베일러(baler)라고 하는 볏짚 묶는 기계로, 라면 상자 보다 좀 크다 싶게 압축해 묶어 냅니다. 베일러가 묶어 내는 볏짚 한 묶음은 볏짚 10평치 쯤 되는 것 같습니다. 이쪽에서는 베일러로 볏짚 묶는 가격이 평당 80원쯤 한답니다. 그래서 <모아기> 작업비 20원을 합해 볏짚을 모으고, 묶는데 100원쯤 받는다고 합니다. 베일러는 사진과 같이 라면상자 만한 크기의 사각 뭉치로 묶어 내는 것 말고도, 커다란 연자방아 돌 만큼씩 둥그렇게 말아 내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게 묶어 낸 덩어리는 한 개는 어림잡아 볏짚 2백여 평치는 될 것 같습니다. 예전에, 논에서 탈곡기로 벼 타작을 할 때는, 볏짚을 묶어 놨다가 우마차나 대민 지원 받은 육공트럭(?)에 실어 들여 집 옆에 <짚낫가리>를 쌓아 올렸죠. 그것으로 초가지붕 이엉도 엮고, 겨우내 아궁이에 불을 지피기도 했습니다. 그런 짚낫가리는 어느 눈 많이 내린 날, 참새나 배바리(붉은머리 오목눈이)같이 추위와 굶주림에 떠는 작은 새들의 아늑한 쉼터가 돼 주기도 했구요. 어쩌다, 아이들의 불장난에 의해 짚낫가리가 불타는 일도 생기곤 했습니다. 짚낫가리에 불이 붙으면 오죽(?) 잘 타나요? 것 잡을 수 없이 타 들어가죠.. 이제는 흙벽돌처럼 볏짚도 우리 생활 문화에서 멀어져 가고, 시멘트로 지은 집에서 석유로 지핀 불로 방을 덥혀 겨울나기를 합니다. 올 겨울은, 한 달에 석유를 몇 말씩 때야 마당의 토토 보다는 좀 따듯하게 지낼런지.. 벌써, 우풍이 국도변 허름한 집 벽과 지붕으로 스며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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