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볍氏 (moonemi@hanmail.net)
( 남 ) 2003/3/26(수) 13:24 (MSIE6.0,Windows98) 61.74.13.129 1024x768 |
 경운기 논 갈이...  오전에, 동네 교회 앞 <양구집> 논에서 양구집 어르신(김수돌)께서 경운기로 논 가시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봤습니다. 여든이 넘으신 어르신께서 해마다 경운기로 직접 논을 가십니다. 요즘은 경운기로 논을 가는 댁은 아주 드뭅니다. 트랙터가 있건 없건 모두들 트랙터로 논을 갈아엎습니다. 쟁기 날이 적으면 네 개, 그 보다 많은 것은 여섯 개 또는 여덟 개 달린 힘 좋은 트랙터로 논을 가는데 비해.. 달랑 쟁기 날 하나 경운기로 논 이쪽 저쪽을 오가며 갈아엎으려면 힘도 들려니와 시간도 많이 걸리고, '남들은 트랙터로 훌렁 훌렁, 후딱 후딱 갈아엎어 치우는데..'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논을 갈아엎을 수 있는 날짜는 넉넉하니 급할 것은 없지만, <남들 다 하는 방식>이란 것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양구집 어르신께서는 제가 지나면서 보기로, 2천4백여평(?) 되는 논을 쉬엄쉬엄 사흘째 갈아 엎으시는 것 같습니다. 쉴 참에 드시려고 미싯가루를 한 병 타 가지고 나오셔서 논을 갈고 계십니다. 그러던 중, 기어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듯 경운기가 자꾸 말썽을 부립니다. 이제, 논배미는 얼마 남지 않았는데 멍에를 메고 논을 갈다 일하기 싫어하는 소 마냥, 경운기는 꼼짝을 않습니다. "아무래도 안되겠는데.. 경운기 센타에 연락해서루 봐 달라 해야지.." 양구집 어르신은 하는 수 없이, 경운기를 세워 놓고 댁으로 들어가십니다.  '마저 갈아 놓을 걸, 괜한 꾀를 부렸나?..' 뒤늦게 후회하는 논갈이 소처럼.. 주인 잃은 경운기는 멀뚱하니 갈다 말은, 논 가운데 서 있습니다. 오늘도, 하늘은 뿌연 황사기운을 머금고 봄날 대지大地위를 덮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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