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볍氏 2003/2/26(수) 09:22 (MSIE6.0,Windows98) 61.74.11.204 1024x768 |
 쌀 / 고재종 고재종 역사를 보면, 각종 반란 때마다 제일 먼저 습격을 당한 곳은 곳곳의 쌀 창고였다 역사를 보면, 두레패의 농기 밑을 지날 때면 추상같은 원님도 말에서 내려 걸었다 역사를 보면, 모 심을 때나 나락 벨 때마다 이 땅의 어머니들은 먼저 젯밥을 올리고 동네방네 이웃들을 모두 불러 먹였다 역사를 보면, 추수 대동제 때엔 하물며 비루 묵은 개까지도 모두 나와 한 사나흘쯤 뻑적지근히 놀았다 역사를 보면, 순한 농민들 쌀 한 톨이라도 지키려고 숱한 외적들을 대항해 누구보다 앞서 낫을 들었다 역사를 보면 역사를 보면, 오로지 쌀 하나에 혁명과 권력과 자주와 삶과 문화와 종교 와 그리고 자유 평등 정의 사랑이 모두 들어 있다 비록 피와 눈물에 젖은 쌀이지만 그럼에도 오늘 우리의 쌀이 아스팔트 거리에서 불 태워지고 미제 쌀에 의붓자식 취급당하는 것이 과연 털끝만치라도 옳은 일인가 물으면,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냐'고 당신은 반문할 것인가, 정말 그럴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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