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볍氏 (moonemi@hanmail.net)
( 남 ) 2003/3/21(금) |
 이발사 아저씨 - 김 재남  "이보게, 집에 있나?" 오전 나절에, 누군가 문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창호지 바른 누더기 문을 열고 내다보니, 처마 밑에 동네 '이발사 아저씨'께서 서 계십니다. 어쩐 일로 오셨는지를 여쭈려다,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라 말씀 드렸더니.. 문 앞 시멘트 댓돌에 겨울용 슬리퍼를 벗어 놓으시고 누추한 저의 방으로 들어오십니다. "아니.. 어제 어디서 와서 전기 계량기 바꿔 달아놓고 갔는데, 그 뒤로 <두꺼비집> 차단기가 자꾸 떨어져서.. 말이지.. 그래서 엊저녁엔 촛불을 켜 놓고 있었네.." "114에다 전화를 해서 물어 보니까, 도대체 뭐라 그러는지 알아들을 수 있어야지.. 내가 귀가 웅웅거려서 말이지.." 제가 한전 지점에 전화를 하니 시설 업체 전화번호를 알려 주더군요, 그 업체에선 다시 또 다른 전화번호를 알려줘, 세 통화를 하고서야 오늘 중으로 <방문> 하겠노란 대답을 들었습니다. 이발사 아저씨는 올해 연세가 일흔 여섯 이십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눈도 침침해 지고 소리도 맑게 들을 수 없는 불편하신 몸이 되셨습니다. 무릎 관절도 앓으시구요. 제가 어릴 적, 이발사 아저씨는 저녁을 잡순 뒤 저의 집으로 자주 마실을 오셨습니다. 성격 면에서, 사람들로부터 먼 <외딴 집>에 사시던 아버님께 이발사 어저씨는 반가운 말벗, 술벗이 되어 주셨습니다. 걱정인 것은, 이발사 어저씨께선 지금도 술(저도 술에 대한 <의존성>이 큽니다. 그래서 저는 술이 약주 藥酒라고 생각지 않습니다)을 너무 자주 많이 잡순다는 것입니다. 와수리 오일장날 많이 취하신 상태에서, 이발사 아저씨가 '자가용' 오토바이를 타고 가시는 모습을 보면 불안합니다. 예전엔 부업으로 동네 어른, 아이들의 머리를 깎아 주셨지만 이발사 아저씨 또한 다를바 없는 무네미 농부이십니다. 위, 사진은 이레쯤 전에 운장리논에 다녀오다 길에서 뵌 이발사 아저씨 부부입니다. 이발사 아저씨가 경운기 짐칸에 싣고 가는 것은 들깨 대궁 입니다. 들깨 짚-대궁과 이파리를 논에 넣으면 잡풀이 덜 생긴답니다. 그래서 버들골 논에 뿌리러 싣고 나가시는 것이랍니다. 깻대 위에 올라앉으신 아주머님의 모습이 한 편 재밌어 보이기도 합니다. 경운기 의자가 널찍해, 운전하시는 이발사 아저씨 곁에 나란히 앉으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을 해 봅니다. 가끔, 오토바이 뒷자리에 아주머님을 태우고 가시는 이발사 아저씨를 뵙기도 합니다. 그렇기는 해도, 이발사 아저씨 부부는 <내외>를 하시는 모습에 든다 생각해 볼 때.. 경운기 짐칸, 깻 대궁 위에 올라앉으신 아주머님의 모습이 생소해 보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아래 사진은, 2001년 2월에 만들어 무네미 출신 '출향인'들에게 보냈던 [무네미 소식] 12호에 실었던 <고향에 사십니다>의 이발사 아저씨 부부 모습과 그에 곁들였던 설명 글입니다.  ♪ 고향에 사십니다 이발사 아저씨 김재남(74세) 어른과,박윤숙(63세) 마나님 부부. 어릴적,이발사 아저씨에게 머리를 깎지 않은 이 몇이나 될까? 상고머리,빡빡머리,여자 아이들은 단발머리 까지. 아저씨의 <바리깡>과 가위를 거치지 않은 이 드물 것이다. 집 뒤 허름한 공간에 <이발소 의자> 하나 들여놓고 무허가로 마을 사람들의 머리를 깎으셨다. 겨울이면 머리를 깎고 난 뒤, 차가운 양은 그릇에 담긴 비누로 거품을 내 둥근 솔로 뒷덜미에 돌아가며 뭍인다. 그때 뒷 목덜미에 느껴졌던 서늘함이란.. 그리고 쓱-쓱- 가죽에 문대 날 세운 면도칼 아래 조마조마한 목덜미. 서울 올림픽께 까지 머리를 깎으셨단다. 아저씨는 1965년께 양구에서 무네미로 옮겨오셨고 자녀는 3녀1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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