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볍氏 (moonemi@hanmail.net)
2003/10/11(토)
모기동산 멱 감기..  


▶가을빛으로 물드는 모기동산과 흐르는 개울 물..

나흘 전, 모기동산 밑 개울물에 멱을 감았습니다.
지난날-어린 시절, 알파산밑과 함께
여름철이면 우리들의 가장 너른 놀이터가 돼 주었던 모기동산 개울..
그 '추억의 샘터'에서 헤엄을 치고 아주 오랜 세월만에 다이빙도 했습니다.
조금씩 가을 옷으로 갈아입는 모기동산의 나무들, 그리고 물빛 풍경들..


▶모기동산앞 개울을 위 아래로 나누는 보에서..

고향에 돌아오기 전, 추석을 쇠러 무네미를 찾아오면 모기동산을 찾곤 했습니다.
제법 물이 차가워진 모기동산앞 개울에 몸을 씻으며, 고향 찾은 느낌을 좀 더 되살려 보려 했습니다.
언제나, 그 앞에 서면 마음 따스하게 고향을 일깨워 주곤 하는 모기동산..


▶어릴 적엔, 배에 물부터 뭍이고, 어른이 돼서는 일단 머리부터 감고..

저뿐 아니라, 가을 모기동산에 몸을 담궜던 이야기들은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지난 날, 논바닥에서 탈곡기로 탈곡을 할 시절..
함께 탈곡 일을 다니는 '패'들은, 일을 마친 저녁이면..
하루 종일 깔끄러운 검부재기(검불)며, 벼를 떨 때 나오는 먼지를 씻으러 모기동산을 찾았답니다.
"으이 차.." 시월 모기동산 개울물에 머리를 감고,
쓱! 쓱! 등뒤로 해서 수건을 문지르며 깔끄러움을 닦아내곤 했다는 얘기를 듣곤 합니다.


▶예전엔 비료포대에 바람을 넣고 입구를 꼭 접어, 쥬브(튜브) 삼아 타곤 했었죠..

저에겐, '탈곡 패'의 경험은 없지만..
나름대로, 가을 모기동산 멱감기가 생소하지 않습니다.
계절에 어울리지 않은 듯 하나, 와수리에서 자동차 수리 업을 하는
동창-박창수에게서 거저 얻은 자동차 튜브를 타고, 물위에서 빙그르 돌아가며 살펴보는 주위 풍경..


▶어릴 적 개헤엄은 차마 민망하고, 평형으로 헤엄쳐 나가 보는 보 洑밑..

어린 시절엔 아무래도 '개헤엄'을 많이 쳤습니다.
몸이 가라앉지 않도록, 손은 손대로 호미 질 하듯 열심히 젖고..
발은 발대로 첨벙! 첨벙! 물 속에 발길질하곤 했습니다.


▶사진기를 자동으로 해 놓고 찍으려니, 제대로 된 순간이 잡히지 않아 거푸 NG만 나고..

가끔가다, 물 속으로 뛰어드는 다이빙도 하곤 했었죠.
물 속에 뛰어들자 마자, 코와 귀로 느껴지는 그 독특한 실감..
잘못, 콧속에 물이라도 들어오면 톡 쏘듯 그 매운 맛..
귓속으로 쏴∼!하고 쳐들어오듯 하는 물에, 귀가 먹먹해 지곤 했습니다.


▶어릴 적엔 다이빙해 들어간 물 속에서 눈을 떠보곤 했는데, 여덟 번 물 속으로 뛰어들고서야 잡은 모습..

누가 더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리고, 다이빙을 할 수 있는지 '시합'도 했습니다.
지금, 모기동산은 보 위쪽으로는 모두 메꾸켜서 기껏해야 물깊이가 무릎 높이밖에 안됩니다만..
그 시절엔, 머리 위로 손을 쭉 펴고 서도 발이 물밑 바닥에 닿지 않는 자리도 있었습니다.


▶물이 얕은지라 물 속 깊이 다이빙하지 못하다 보니, 거푸 배치기를 하여 얼얼하게 물든 배..


거푸 배치기-배가 먼저 물에 닿은 잘못된 다이빙을 하고 나면
배는 빨갛게 물들었고, 좀 더 높은데서 다이빙을 하다 배치기를 하면 배가 물에 닿을 때,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적으로 배가 갈라질 것 같은 따가움이 느껴졌습니다.


▶나중엔 휴지로 귀를 막고 다이빙을 했지만, 그래도 귓속엔 물이 ..


그렇게 물 속을 들락거리다 보면, 귓속에 물이 들어가, 귀가 먹먹하고, 웅∼ 하는 환청이 들리기도 했구요.
그러면, 물을 빼느라 한쪽으로 고개를 기울이고 모래밭이나 자갈밭에서 콩 콩 뛰곤 했었죠.
그렇게 해도 나오진 않은 귓속 물은, 집에 돌아와 밤에 잠 잘 때
물이 들어간 쪽의 귀를 베개에 대고 자다 보면, 뜨듯한 느낌으로 귓속을 빠져 나오는 것이 마치 꿈인 듯 느껴지곤 했습니다.


▶각자, 담력에 따라 다이빙이나 뛰어내리는 높이를 정하곤 했던 그 바위 앞 풍경..

지금은, 바닥 얕은 개울이 돼 다이빙은커녕 수영도 할 수 없게된
지난날, 우리들이 첨벙! 첨벙!∼ 뛰어 내리곤 하던 바위와, 오랫동안 물 속에 있다 보면,
추워진 몸을 데우느라 따듯하다 못해, 뜨거운 돌멩이 위에 엉덩이를 지지던,
지금은 아무도 멱 감으로 찾아오지 않는 그 자리..


▶바위의 이끼를 떼어 내 고무신에 넣고 신어 봤지만, 발은 예전처럼 물들지 않고..

물 속 들락거리기를 잠시 쉬며,
마른 바위에 붙은 이끼를 떼어 내,
물기 있는 고무신에 넣고 신고 다니다 보면 어느 새 발바닥은 빨갛게 물들었죠.


▶모기동산으로 가는 둑방길에 서면, 고향에 살면서도 고향이 그리워지고..

지금은 모기동산 앞 개울도 사람도 예전같이 않지만,
이따금 모기동산으로 가는 둑방길을 걷노라면,
이런 저런 느낌들이 쑥대처럼, 가끔은 마른 풀 처럼 돋아나곤 합니다.


218.155.15.120 보리차: 감기드시겠습니다... 건강도 생각하셔야죠 ^^ [10/11-14:28]
220.91.132.101 김수덕: 팽..........그옛날 그시절로 돌아갈수 있다면 종수나 정식이 광호 같은 녀석들도 모두 만나서 다시 탈곡해보고 싶기도 하다. 지금은 각자 살아가느라 소식조차 없는 그대들......우리도 탈곡이 끝나면 경운기 불빛으로 의지한 체 탈곡이 끝나는 그날까지(그때는 11월 중순까지 탈곡을 했다) 오로지 개울에서 씻곤했는데......아 ..옛날이여....그래도 그때는 꿈이있어 좋았었다..... [10/11-22:11]
211.226.109.70 박현이: 볍씨님아...오랜만에들렸더니 이렇게 반가움이 기다리고있을줄몰랐어요..^^*이번여름에 다녀왔었답니다...아이들에게 엄마의 어린시절을 첨으로 보여준기회였어요...언제보아도 그리운 곳이네요 ...늘 건강하세요 볍씨님아...^^* [10/18-10:48]
볍氏: '이고향'에서 징검다리 건너 오신듯한 보리차님 반갑습니다. 감기요? 앞으로 한 번쯤 더 모기동산 멱감기 해도 될 듯 싶은데.. 안그렇습니까? 수덕 형님..현이 후배님 반가워요.. [10/18]
211.191.208.9 momo49: 도영님 엄청 재밌네요. 다이빙 배치기 위험해요 ~ 이거 미국의 타미가 보면 또 울컥 ~ 한다고 할텐데.... 녀석이 가끔 도영님 흔적을 보면 가장 한국적인가 봅니다. 뜻밖의 댓글도 남기더라구요. [10/28-11:22]
61.82.159.175 짱구^^: 아~그곳 모기동산....수덕아..왜케 가슴이 뭉클하냐?가보구 싶다ㅠ.ㅠ [10/30-00:56]
220.72.210.219 이은성: 와 저도 가보고싶네요 [08/26-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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