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물방개..
지난달, 모내기를 한 지 얼마 안된 고개 밑 '큰골' 논에 물을 대다가 물방개를 만났습니다.
앞서, 밀계 골짜기 서울집 논에서 만난 가재만큼은 본지 오래지 않지만..
이제는 물방개를 만나기도 그리 수월치 않은데, 그것도 저의 논에서 만나게 되니 많이 반가웠습니다.

▶논에 물을 퍼 대다가 만난 물방개, 방개는 어디에?..
논에 나갈 때는 늘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다시피 하는데, 그 날은 논에 나가면서 사진기를 안 가지고 나갔습니다.
하는 수 없이(?) 논 옆 도랑에 버려져 있던 <삼팔선 막걸리> 통을 주워, 방개를 잠시 감금해 두고 사진기를 가지러 집에 다녀왔습니다.
10분도 채 안 되는 동안이지만, 좁은 막걸리 통 속에 갇혀 있으면서 방개가 가졌을 두려움을 생각하면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방개를 만남으로써 가졌던 반가움 그리고 환경적인 것에 대한 희망적인 생각과
제가 이렇게 물방개 이야기를 전함으로 해서, 여러분들 또한 가지실 반가움을 생각하면..
방개에게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포로' 체험이 아니었을까? 하는 억지 생각도 가져 봅니다.

▶사진기를 가지러 집에 다녀오는 동안, 막걸리통 속에 갇혀 있는 방개..
어릴 적, 물가에서 쉽사리 만날 수 있었고, 우리들의 손에 잡혀 한동안 장난 꺼리가 되어주고서야
다시금 물 속을 마음껏 헤엄쳐 다닐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던 물방개..
딱딱한 등딱지와 억센 세 쌍의 다리, 그리고 물리면 제법 살 좀 뜯길 것 같은 집게 입..
거북이가 헤엄치듯, 특유의 모습으로 물 속을 헤엄쳐 가는 물방개..
가재는 우리들 손에 잡히면, 뻘건 숯불 속에서 빨갛게 익혀 살을 뜯기곤 했지만,
물방개는 우리들 어린 사냥꾼들에게 잡혀 먹힐 '이유'가 없었습니다.
등이 땅에 닿도록 뒤집어 놓으면 팔딱 팔딱 뛰기도 하고, 풍뎅이처럼 뱅글뱅글 몸을 돌리며 뒤집으려는 안간힘 쓰던 물방개..
가재를 만났을 때는 어떤 안타까움이 앞섰지만, 물방개를 만난 날은 왠지 마음 가벼웠습니다.
물방개를 만났던 고개 밑 큰골 논은, 내년부터 제초제를 치지 않는 방법으로 농사지으려 합니다.

▶서쪽 하늘로 떨어져 내리는 햇살을 한 몸에 받고있는 물방개..

▶억센 앞다리로 손가락을 밀치면서 몸을 빼내려는 모습 ..

▶더듬이(?) 아니면 수염?, 방개도 어떤 생각은 갖고 있으리..

▶잘 생긴 방개의 뒷모습..

▶방개야 잘 가렴, 알 많이 낳고 부디 논에서 살아 남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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