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볍氏 (moonemi@hanmail.net) ( 남 )
2003/5/7(수)
짐 자전거의 추억..  



갖고 싶었던 짐 자전차(자전거)를 한 달 전쯤 구했습니다.
동네에 사시는 친척 큰어머님 댁에서, 여러 해 타지 않고 묵혔던 짐 자전거를 거져 얻었습니다.
빵구(펑크)난 앞 뒤 바퀴 쥬브(튜브)만 때우고 나니, 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차대가 크고 무거운 짐 자전거를 갖고 보니, 마음에도 묵직한 뿌듯함이 생겨났습니다.

요즘은 집에서 짐 자전거 타는 것을 볼 수 없습니다.
와수리 '김화 제분소'(떡방아간), '황해슈퍼', '덕원 쌀 상회' 정도가 배달을 위해 지금도 짐 자전거를 끄는 걸 봅니다만..
동네에서 짐 자전거 뿐 아니라, 교통수단이나 운동을 위해서라도 자전거 타는 모습은 드뭅니다.
4반에 사시는 김동운 어르신과 <양구집> 김수돌 어르신, 그리고 제가 이동 수단으로 자전거를 타곤 합니다.
저야, 가까운 논에 갈 때나 동네를 돌아볼 때 그리고 바쁠 것 없이 와수리를 다녀올 때, 반은 재미 삼아 자전거를 탑니다만..
앞에 말씀 드린 두 분 어르신께서는 차나 오토바이를 타시지 않으니, 자전거가 유일한 교통수단입니다.

동네 어느 집 치고, 자전거 한 두 대쯤 없는 댁이 드뭅니다.
많게는 석 대의 자전거를 집 뒤꼍이나 한 쪽 처마 밑에 <방치>해 놓기도 합니다.
대부분, 청소년 자녀들에게 사 주었던 것인데, 한동안 타다가 흥미를 잃은 자전거들입니다.
저도 자전거 욕심이 좀 있습니다.
이번에 얻은 짐 자전거 말고도, 그보다 작은 <신사용> 자전거가 한 대 더 있습니다.
그 자전거는 지난해 가을, 4만5천원 주고 산 중고입니다.
지금도, 짐 자전거와 번갈아 아껴가며 잘 타고 있습니다.

제가 자전거를 배운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쯤으로 기억됩니다.
그때 시골에는 어린이 자전거란 없고, 모두 어른용 커다란 자전차 뿐이었습니다.
짐 자전차, 반 짐차, 신사용.. 크기와 용도, 구조에 따라 그렇게 나뉘었던 것 같습니다.
비척비척 굴러가는 자전거에 무섬증을 안고 올라앉아 핸들을 잡은, 아이나 부인네를 뒤따라가며..
자전거배우는 것을 거드는 모습을 행길(신작로)에서 어렵잖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한 여름 뙤약볕 아래, 학교를 마치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짐 자전거를 혼자 타고 가시는 어른을 만나게 되면, 뒷자리에 얻어 타고픈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저만치 지나쳐 가던 아저씨가 끽! 하니 자전거를 세우고 뒤돌아보며," 얘야! 와서 타거라.."고 하시면..
그 말씀 얼마나 반갑던지, 등에 멘 가방을 털럭거리며 좋아라 고 뛰어가 짐칸에 올라앉았습니다.

따로 내 자전거를 갖지는 못하고, 집에 하나 뿐인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던 중학시절..
오일장이 서는 날, 아침 밥상 앞에서 마음속으로는 아버지 눈치를 보게 됩니다.
오늘은 장에 다녀오시느라, 날 더러 "자전거 타고 학교에 가지 마라" 하시지 않을까?..
슬그머니 밥숟가락 놓고, 책가방을 들고 나가 봉당에 세워진 자전거를 살짝 끌어내려는데..
아니나 다를까, 방안에서 들려오는 아버지 목소리- "오늘은 그냥 가라..", 얼마나 서운하던지..

자전거 한 대가 씽씽 달리는 마음 속 '즐거운 자가용'이던 지난 시절..
그 시절 짐 자전거의 추억이 있기에, 오늘 자전거를 타는 저의 마음에 푸근한 굴렁쇠 하나 굴러갑니다.





220.72.210.219 이은성: 자전거야 안녕 [08/26-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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