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볍氏 (moonemi@hanmail.net)
2003/9/29(월) 06:01 (MSIE6.0,Windows98,i-NavFourF) 61.74.10.37 1024x768 |
 마지막 논둑 깎기..  ▶썩! 썩! - 예전 같지 않은 숫돌에다 예전 같은 방법으로 갈아보는 낫.. 저희 논, 벼 베기를 며칠 앞두고 하는 일은.. 마지막으로 논둑을 이발시키는 것과, 콤바인이 돌 자리 - 논 귀퉁이 벼를 미리 베어놓는 일입니다. 어느 날 밤, 갑자기 쿵! 하고 마른 덩굴에 매달렸던 늙은 호박 떨어지듯 기온이 뚝! 떨어져 서리가 내릴지 모르기에, 잡풀들도 씨앗 맺기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돌피는 논둑에서부터 잡아야(막아야) 한다"는 얘기가 있듯.. 이 즈음, 논둑에 받은 풀씨가 논으로 흘러 들어가, 다음 해, 논에 돌피가 무성하지 않게 하려면, 마지막 논둑 깎기도 필요합니다. 한 해 농사를 지으며 논둑을 몇 번이나 깎으면 적당(?)할까? 헤아려 보곤 하는데.. 논둑에 한 두 번쯤, 제초제를 치는가의 여부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올 해, 논둑 풀을 잡지 않은(제초제를 치지 않은) 저의 경우, 너 댓 번은 깎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논둑을 깎는데, 사용하는 것은.. 한 자루에 2천 원 하는 양 낫과, 하나에 천 원 짜리 숫돌입니다. 올해는 논둑을 너 댓 번 깎지는 않아서, 낫을 석 자루 밖에 사지 않았습니다. 논둑이 '더벅머리' 되기 전에 부지런히, 이쪽 저쪽 논을 돌아가며 깎으려면.. 아마도, 너 댓 자루쯤의 낫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2천원 짜리 라면, 철물점에서 파는 낫 중에 가장 싼 것입니다. 값싼 낫은 아무래도 쇠가 덜 단단하고, 덜 야무질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제가 '싼 게 비지떡'이라는 낫을 쓰는 까닦은, 툭! 툭! 후려치기 식으로 논둑을 깎다가 돌멩이에 채이기라도 하면, 어느 낫이고 간에, 쉬 이가 빠지곤 하려니와, 요즘 쇠라는 것이, 여러 번의 숫돌질을 하고 나면 쉬 물러지는 것 같아서입니다만.. 값이 2천원 이상 하는 낫을 안 써봤으니, 쇠의 질을 이야기하기엔 좀 뭣합니다. 벼는 벼대로 피는 피대로, 거두고 솎아내는 이 즈음.. 언뜻, '벼끼리 피는 피끼리' 하종오 시인의 시가 떠오릅니다.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우리야 우리끼리 하는 말로 태어나면서도 넓디넓은 평야 이루기 위해 태어났제 아무데서나 푸릇푸릇 하늘로 잎 돋아내고 아무데서나 버려져도 흙에 뿌리박았는기라 먼 곳으로 흐르던 물줄기도 찾아보고 날뛰던 송장메뚜기 잠재우기도 하고 농부들이 흘린 땀을 거름 삼기도 하면서 우리야 살기는 함께 살았제 오뉴월 하루 볕이 무섭게 익어서 처음으로 서로 안고 부끄러워 고개 숙였는기라 우리야 우리 마음대로 할 것 같으면 총알받이 땅 지뢰밭에 알알이 씨앗으로 묻혔다가 터지면 흩어져 이쪽 저쪽 움돋아 우리 나라 평야 이루며 살고 싶었제 우리야 참말로 참말로 참말로 갈라설 수 없어 이 땅에서 흔들리고 있는기라  ▶논둑 깎기, 벼 베기 마치고 나면, 저 뒤 '여리고 성'-계웅산을 배경삼은 사진도 내년 봄에나 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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