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볍氏 (moonemi@hanmail.net)
홈페이지:http://www.moonemi.com 2003/8/26(화) |
 논둑 깎기 - 살아 남은 풀..  ▶논둑 깎기 낫 앞에서 살아남은 기생여뀌.. 논둑을 덥수룩하게 덮고 있는 풀을 다시 베어내고 있습니다. 추석 성묘를 앞두고, 묘지 벌초伐草를 하듯.. 이 즈음, 논둑 깎기를 하면 더 이상 풀베기를 하지 않아도 될 듯 한데.. 저의 논둑은 그렇지 않습니다. 워낙 풀 밑둥을 키워놓은 뒤, 때늦은 풀베기를 하다 보니.. 풀을 벤 뒤, 며칠 지나 돌아보면 풀은 금세 다시 자라나 있곤 합니다. 그리고, 이 즈음의 풀들은 여물었건 미처 덜 여물었건.. 얼른 씨앗-풀 씨를 키워내 땅에 떨어뜨리는, 이를테면 '씨받이'를 하려고 난리입니다. 그래야, 내년에 다시 후손의 몸을 빌어 논둑에 '환생' 할 수 있거든요. 부지런히 자라나는 풀과, 논둑 깎기에 게으른 농부인 제가, 긴- 외나무다리 같은 논둑에서 마주 치면, 갓 숫돌에 벼린 낫을 들었을 망정, 기氣싸움에서 제가 좀 밀리는 듯 싶습니다. 베어내고 베어내도, 풀은 '재생-다시 자라남'과 '환생-내년에 다시 싹 터 나옴'에의 희망을 갖기에.. 낫 앞에서도 의연한 듯 합니다. 어제, 고개 밑 큰골 논둑의 풀을 깎으면서 돌아보니.. 다른 풀들은 모두 논둑에 눞고, 뒤에 남아 서 있는 건 기생여뀌 뿐입니다. 가녀린 줄기 이쁜 꽃, 기생여뀌를 제가 '편애'하는 까닦입니다. 아쉬운 것은, 작년엔 논둑에 만발했던 기생여뀌가 올해는 얼마 피어나지 않았습니다. 모든 풀들을 베어낼 수 있는, 날 선 낫 앞에서 살아남은 기생여뀌.. 그를 보며, 제 마음을 '이롭게' 하는 시원함을 느끼곤 합니다. ▶지난해 기생여뀌 모습 보러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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