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54 : 못자리 물 넘기다..

2003/4/18(금) 07:24 (MSIE6.0,Windows98) 61.74.10.103 1024x768

못자리 물 넘기다..

비 때문에 며칠 미룬 못자리를 지난 14일에 하고, 다음날엔 못자리에 물을 넘겼습니다.
못자리 바닥(논)에 물이 가득 차고, 비닐 터널 안 모판(육묘 상자)키를 꼴깍 넘기도록 물을 많이 대, 모판 안의 흙과 볍씨를 충분히 적셔 주는 것입니다.
못자리 바닥에 물이 가득 들어차고 모든 모판상자가 물 속에 잠기면, 바로 물을 빼 줍니다.
그러면,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일주일 또는 열흘 길게는 열 사 나흘쯤 지나면서 육묘 상자 안 볍씨가 싹이 터, 덮고있는 흙을 들고 일어섭니다.
그러면, 다시 한 번 물을 흠뻑 대서 싹 터 오르는 볍씨 위를 덮고있는 흙을 가라앉혀 줍니다.

못자리를 적시는 물은 올해도 아래 사진과 같이 논바닥을 80여 미터쯤 가로질러 물도랑을 내고 봇물을 끌어댔습니다.
봇물은 근남면 잠곡리 댐(저수지)에서부터 흘러내려, 마을 다리(수유교) 밑 사곡천을 지나 누치소로 흘러가는 물입니다.
모판 키를 넘도록 물이 가득 들게 하려면, 물도랑과 못자리를 둘러막은 작은 둑이 불어나는 물에 터져 나가지 않도록, 이쪽 저쪽으로 오가며 살펴야 합니다.
그렇게, <뺑뺑이>를 돌 듯 하며 물 가두기를 한 지, 네 시간쯤만에 못자리 물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물을 대 놓으니, 어찌 알았는지 엿장수(소금쟁이)가 날아들어 물위를 스케이트 지치듯 걸어갑니다.
밭이나 논두렁에 옥수수 또는 콩을 심어 놓으면, '귀신같이' 알고 내려앉아 심어놓은 흙 속의 씨앗을 파 내 먹는 까치나 산비둘기처럼, 소금쟁이들도 살판나는 자리를 전해듣는 덴 '귀'가 밝은가 봅니다.
오늘부터인지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지만, 못자리 물을 넘긴 뒤 사흘동안 그런 대로 날씨가 괜찮아 다행입니다.
모쪼록, 올해는 볍씨가 고르게 싹터 오르고 탈없이 자란 어린 모를 본 논에 옮겨 심을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