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52 : 못자리 하는 모습 - 둘(조파식 물 못자리..)

2003/4/14(월) 06:46 (MSIE6.0,Windows98) 61.74.10.47 1024x768

못자리 하는 모습 - 둘(조파식 물 못자리..)

어제는 동네 한영섭님댁 못자리 품앗이를 했습니다.
한영섭님댁은 동네에서 유일하게 <조파식>으로 못자리를 하십니다.
그동안 해 왔던, 못자리부터 모내기까지의 방법은 조파식과 산파식이 있답니다.
두 가지 방식의 차이는, 모판상자-파종기-이앙기의 차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산파식을 이용하고, 제가 그동안 이야기했던 모습-방식 또한 산파식 입니다.

저도, 말로만 듣던 조파식 육묘방식-못자리 일을 어제서야 처음 해 보았습니다.
조파식 파종방법은, 위 사진처럼 육묘상자 밑에 양철을 대고 흙을 담은 뒤..
그것을, 마치 수동식 국수 뽑는 기계 같이 파종기 로울러 사이를 통과시키면서 흙을 한 번 다지고..
그 위에 볍씨를 떨군 뒤, 다시 한 번 두 번째 로울러로 다지면서 빼 냅니다.(아래 사진 왼편)
그렇게 파종기를 통과시킨 육묘상자(볍씨) 위에 다시 흙을 떠 얹고 누르면서 볍씨를 덮어 줍니다.(아래 사진 오른편)

조파식 못자리는 <마른 못자리>를 하는 산파식과 달리 <물못자리>를 합니다.
못자리 바닥에 물을 대고, 마치 미장공사를 하듯 아래 사진과 같이 못자리 바닥을 편편히 해 놓습니다.
그 위에 모판상자를 가지런히 놓고 활대와 비닐을 씌우는 것부터는 산파식과 비슷합니다.

조파식 못자리는 볍씨가 싹 트고 어린 모로 자라는 과정에서, 탈이 나는 경우가 산파식에 비해 아주 적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산파식과의 <경쟁>에서 밀려났을까요?
조파식은 못자리를 하면 모내기도 조파식 이앙기를 이용하게 되는데, 산파식 이앙기에 비해 일이 매우 더디답니다.
농사(경지면적)규모가 점점 커지는 과정에서, 일이 더딘 조파식은 산파식에 밀려나 지금은 이쪽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는 것입니다.
조파식은 농사규모가 적거나 산골짜기 '다랑치 논'을 부치는 농가에서는 이용 할만 하다고 합니다.

한영섭님댁은 동네에 하나 남은 가게와 식당(휴전선 식당)을 하시는 때문인지, 농사는 많지 않습니다.
육묘상자로 420여장 밖에(?) 안되기에 오전 11시도 채 안되어 못자리 일이 끝났습니다.
일 양은 적지만, 주말에 하는 못자리기에 객지 나가 사는 두 아드님(광식, 동식)과 불러들이셨답니다.
동식씨의 친구인 태패이 아저씨(박종식님) 아드님 재현씨와 그 형 재호씨도 일을 거들러 왔습니다.
그리하여, 품앗이 온 분들과 합하여 자그마치 열 두 명이 못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일손은 넉넉하고, 일 양은 적고 해서 저도 틈틈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사진의 한영섭님댁 조파식 파종기는 지난 1985년부터 사용하신 것이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