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볍氏 (moonemi@hanmail.net)
2005/10/14(금) 07:54 (MSIE6.0,WindowsNT5.1) 61.73.236.114 1024x768 |
 우리집, 첫 벼베기 하다..  ▲햇살 좋은 가을 날 오후, 드디어 운장리 논의 벼 베기를 하다, 아랫(큰 배미) 첫 바퀴를 베어 나가고.. 엊그제(12일), 저희 논에서는 첫 벼베기를 했습니다. 된서리가 내리기 까지 벼 베기를 하지 못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부분적으로나마 벼 베기를 하게 돼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면서도, 벼 베기가 좀 늦어진 데 따른 걱정을, 완전히 다독거리진 못했습니다. 우선, 벼를 벤 곳은 운장리 지뢰밭 앞 논입니다.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드는 이곳 무네미 홈페이지를 통한 쌀 판매를 계획하고 있는 논의 벼입니다. 지금에 사, 밝히는 생각입니다만.. 된서리가 내리기 까지, 그 논의 벼를 베지 못하면, 올해는 쌀 직거래 판매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벼 베기 좋은 날은.. 오전 이른 시간부터 해가 쨍쨍하고, 바람이 선들 불어.. 요즘 같은 때는 매일 내리 앉는, 밤이슬, 새벽이슬이 일찍 걷히는 날씨 일 것입니다. 엊그제, 첫 벼 베기를 하던 날 이슬이 얼마나 일찍 말랐는지는 몰라도.. 운장리 논에 콤바인이 들어선 오후 3시께는 쨍쨍하니, 콤바인을 모는 분에게 섭섭한 날씨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당초에 예약했던 외지 콤바인 벼 베기가 취소된 뒤, 많지 않은 지역과 외지 콤바인마다.. 벼 벨 날짜를 받아놓은 농가들이 나래비를 섰는데, 어느 줄에 서야 그나마 차례가 돌아올까? 싶었습니다. 여러 농가들과 마찬가지로, 벼 베기를 순조롭게 하지 못한.. 동네 이장(안송희)님과 3반 반장(이정모)님 두 분이 을러서(공동으로), 중고 콤바인을 한 대 샀습니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이 있기도 합니다만, 제가 ‘게’일 는지 ‘가재’가 될는지 모르나.. 올해, 우리 마을 <새 농어촌 건설운동> 추진에 있어 추진위원장인 이장님을 좀 거들어.. 마을 분들과 함께 했다는 것이, 벼 베는 날짜를 우선 배정받는데 어떤 ‘작용’을 한 것 같기도 합니다만.. 어쨌거나, ‘한 해 살이’라는 표현이 어떨까? 싶게.. 한 해 한 해 농사를 지으며, 거기서 나오는 수확물과 자기 확신을 통해 살아가는 농부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늦지 않게나마, 가을걷이 행렬에 동참하게 됐다는 사실 만으로도 조금은 수확의 기쁨에 마음의 발을 담궈 볼 수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올해 운장리 논에서는 베(벼) 수확량이 얼마나 나려나? 싶었는데.. 일단은, 그다지 섭섭하지는 않을 수도 있을는지 모르겠다.. 싶은 마음이기도 합니다. 고향으로 돌아와, 8년차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만.. 여지껏, 가장 많은 수확이 났던 해는 ‘귀농’ 첫해-1998년입니다. 올해, ‘초심初心’으로 돌아간다는 차원에서 더도 말고 그 해 만큼만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만.. 벼를 건조하고, 방아를 찧어 봐야 정확한 수확량을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 쓰러지지 않고 그냥 서 있는 벼들은 수확량이 많지 않더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습니다만.. 해마다, 섶(벼 포기)과 이삭을 키우지 못해온 탓(?)으로 그래도 벼가 쓰러지지 않았는데.. ‘쏠쏠한(섶과 이삭이 지나치게 크지 않은)’ 것이 아니라, 왜소한 것 아닐까? 싶은 마음에 비하면.. 일단은, 그다지 섭섭한 소출所出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밥맛인데.. 어차피 이렇게 늦어질 줄 알았으면, 벼도 쓰러지지 않았겠다.. 차라리 논에 물이라도 며칠 더 댈 껄.. 하는 마음을 가져보기도 합니다. 모쪼록, 운장리 지뢰밭 앞 논에서 지금껏 게으르고 어설픈 농부인 제가 지은 쌀의 밥맛이.. 잡숫는 분들께 ‘과히 섭섭히 않다..’는 생각이 드시게끔, 올 농사의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벼가 쓰러지지 않고, 벼 섶도 과하지 않으니 콤바인은 어려움 없이 감 좋게 벼를 베어나가고..  ▲선뜻 벼 담는 일 거들어 주러 온 마을 또래 친구 태복이, 저만치 다가오는 콤바인을 바라보며..  ▲콤바인이 논배미를 한 두 바퀴 돌고 난 뒤에는, 논주인은 별 할일도 없건만 괜히 낫이나 들고 서서..  ▲아랫 배미(2천4백여평)를 거의 다 베고, 콤바인 ‘한 입’꺼리를 남긴 논바닥에서 태복씨와 함께..  ▲윗배미를 베기 시작할 때, 해는 운장리 이웃말 생창리 뒷 산 너머로 지고- 저만치 지뢰밭 너머에는 ‘여리고 성’..  ▲윗배미도 다 베어 갈 즈음엔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해, 콤바인도 불을 켜고 마지막 줄을 먹어가고..  ▲운장리 논 3 천 평을 시원하게 벼 베기 하고난 뒤, 콤바인을 몬 이장님, 태복이와 함께..  최선순: 벼는 다베셔나요 고개너머것도 벤걸보면 시원하게 끝난것 같기도하고 우리는 아직도 3000천평정도 남았는데 언제 할지 기약이없네요 [10/14-10:37] 볍氏: 오늘 마져 벴습니다. 저야 많지 않은 농사인데 그랬지만, 형수님댁은 많은 농사중에 3천평 남은게 무에 그리 걱정이십니까? 한 나절이면 뚝딱! 베고 말텐데요 뭘..ㅎ ㅎ [10/14-21:40] 한솔이: 된서리가 내리기전에 벼를 베게 되어서 참 기분이 좋으네요. [10/15-03:42] 김수덕: 그나저나 이장님께서는 집의 벼는 다 베셨는지......동네일하시느라 농사도 뒷전으로 하시더니만.....그저 마음뿐이고 죄스러울 뿐입니다.. [10/15-21:48] 박근실: 고생들 하셨네요... 맑은 공기, 깨끗한 물, 그리고 여름내내 뜨거운 햇볓과 농심이 가득 담긴 맛좋은 김화쌀이 곧 탄생되겠네요..... [1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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