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볍氏 (moonemi@hanmail.net)
2004/4/21(수) 09:18 (MSIE6.0,Windows98,i-NavFourF) 211.218.57.251 1024x768 |
 새싹을 기다림..  ▲병원 신생아실에 있는 갓난아기 들여다보듯, 못자리- 비닐터널 안 모판을 들여다 보다.. 실질적으로 못자리 한 날이란.. 못자리 망에 모판을 깔아놓은 날이 아니라, 그 못자리 망에.. 첫 물을 댄 날이, 못자리 한 날이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못자리하기 전, 볍씨는 열흘에서 보름쯤 미리 물에 담궈.. 볍씨 왕겨에 들어있다는 발아發芽 억제 물질도 씻어내고, 볍씨 속까지 수분이 들어가, 볍씨가 긴 겨울잠에서 깰 수 있도록 흔들어 대지만.. 못자리를 하고 물을 대 주지 않으면, 볍씨는 수분이 마르면서,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못자리 망에 깔아 놓은 뒤 물을 넘겨.. 볍씨가 싹을 적당한 수분을 머금고 싹을 틔울 수 있도록 거들어 줍니다. 그런데, 못자리 망이란 것이.. 수 백 수천 장의 모판을 펼쳐 놓은 것이다 보니, 개중엔 바닥이 낮은 곳에 자리잡은 것도 있고, 어떤 것은 반대로 높은 자리에 올라앉아 있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못자리 망의 모판에서 일정하게 볍씨가 싹 터 오르지 않고.. 어떤 것은 일찌감치 모판흙을 떠들고, 비집고 올라오는가 하면.. 척척하니 수분이 많은 낮은 바닥에 있는 모판은, 생전 꿈쩍을 않는 경우가 생기곤 합니다. 그렇다 보니, 못자리 망 그리고 모판이 어느 정도의 수분을 머금고 있게 하는가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됩니다. 어버이날 노래 가사 중에..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만.. 못자리 망 전체가 파랗게, 어린 모-새싹들로 물들기까지.. 모를 키워내는 농부의 마음은, 어버이의 마음과 다를 바 없습니다. 어제로, 저희 못자리에 물을 넘긴지 나흘째 지났습니다. 조금씩, 흙을 들고 일어서려는 작은 움직임이 모판에서 보이긴 합니다만.. 어떤 모판은 덮은 흙 뿐 아니라, 벼 알까지 마른 것도 있더군요. 어제, 동네 앞 다리방 건너에서 시클라멘을 재배하는.. '무네미 사람'이면서 지금은 와수7리-신원아파트에 사는, 한해 선배 최성락 님을 만났는데.. 첫 번째 물을 넘기고는, 바로 못자리 망의 물을 완전히 빼는 것이 안 좋다 는 군요. 물 빠짐이 덜 좋은 논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바닥-논일 경우.. 겨우내 말라있던 상태라, 골창-골에는 물을 그냥 대 놓고 잦아들게 하는 것이 낫다는 군요. 그리고, 두 번째 물을 넘길 때는, 물을 완전히 빼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합니다. 일리 있는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그러저러하여, 좀 이른 감이 있으나, 오늘 두 번째 물을 넘기려 하는데.. 날이 어찌 꾸물꾸물 합니다.  ▲물기 머금은 비닐 터널 속, 모판 속 볍씨들은 아직 기지개를 활짝 펴지를 않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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