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볍氏 (moonem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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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12(수)
방앗간 시절..  


▲근남면 육단1리-양지말에 있는 육단정미소..

벼농사만을 놓고 볼 때, 가을걷이 끝낸 지 얼추 한 달입니다.
탈곡한 벼는 수분을 말려 대부분 농협에 수매하거나 정미소-방앗간으로 갑니다.
그 비율은 농가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농협 수매가 훨씬 많은 편입니다.
그만치, 농협의 쌀 유통점유율이 높다는 얘기가 될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생산자이면서 조합원인 농민에 대한, 농협-조합의 불합리한 행태가 적지 않습니다.

벼 값을 <근거> 없이 낮게 책정하고, 선이자 떼듯 수매대금에서 강제 출자금을 떼고,
조합에 수매를 하지 않는 조합원에겐 차별-불이익을 안기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조합이 그런 것 아니라, 조합의 주인-풀뿌리 조합원을 한량없이 무시하고,
조합원 속이기를 냉수 마신 입, 이 쑤시듯 하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주먹구구로
조합(살림)을 운영하는 조합장이 버티고 있는 조합들이 대개 그렇습니다.

정미소 얘기에서, 잠깐 빗나갔습니다만..
아무튼, 그러저러한 상관관계도 있고 하여 조합 <미곡처리장> 뿐 아니라,
농민들 곁에는 개인정미소 또한 남아 있어야 할 필요가 큽니다.
그런데, 지난 기간 사이 가까운 곳의 정미소들이 많이 문을 닫았습니다.
무네미 방앗간도 그렇고, 와수 2리, 3리, 학포리, 지경리..
지금, 김화권-3개 읍, 면에 남아 있는 정미소는 육단정미소, 사곡정미소, 생창정미소 그렇게 세 곳입니다.

요즘 시절에, 농가에서 방앗간에 벼를 가져가는 이유는 무엇 보다, 집에서 먹을 일년 치 쌀을 방아찧기 위함입니다.
또는, 방아찧은 쌀을 방앗간에 맡겨 도매상을 통해 팔거나,
직접 도시로 싣고 나가, 쌀값을 좀 더 받고 알음알음 팔기 위함입니다.
여기 저기 방앗간들이 시름시름 경영난으로 하나 둘씩 문을 닫아가니, 불편하고 아쉬운 것은 농민들입니다.

지금 농가에서 받는 쌀값 중, 가장 싼 것이 조합에서 수매하는 가격입니다.
오대 쌀 80kg 1가마 기준, 제가 조합원으로 가입한 김화농협의 경우 171,600원(벼 120kg 값)입니다.
그렇다고, 조합에서 쌀로 방아찧어 출고하는 가격이나, 소비자 가격이 낮은 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조합에서 나가는 오대 쌀 도매가격이 194,000원 안팎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나간 쌀이, 서울 거래처에 알아보니 소비자들에겐 215,2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조합원 수매가와 조합 출고가 사이의 차액이, 조합 출고가에서 소비자까지 이르는 유통과정 보다도 큽니다.
한 마디로, 생산자인 농민의 손에서 도시 소비자에 이르는 과정의 쌀값 변동에 있어,
유통과정의 도, 소매상인의 손을 거칠 때 보다, 조합 미곡처리장에서의 '농간'이 더 크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조합원들 사이에 "조합이 조합원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이 또한, 협동조합 근본 이념일랑 '밑씻개' 정도로나 생각하는 조합장이 있는 조합에서나 있는 일입니다.

어릴 적,
동네 방앗간은, 탈곡이 시작된 뒤부터 겨울이 꽤 깊을 때까지,
낮 밤 쉬지 않고 텅! 텅! 텅! 텅! 발동기 소리를 내며 쌀을 찧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하마 몸집만큼이나 큰, 기름으로 돌리는 발동기는 머리 앞쪽에
돼지 코처럼 불쭉 튀어나온 코를 들쭉날쭉 움직이며, 열심히 피대(벨트) 바퀴를 돌렸고
한번씩 엇 꼬인 피대로 연결 연결된 바퀴 축들은, 발동기 동력을 전달 전달하면서
왕겨를 벗겨내고, 지금처럼 11분도 13분도 완전 백미가 아닌
9분도 7분도, 어느 정도 쌀눈이 붙은 누런 쌀을 찧어냈던 것으로 압니다.

겨울 아침..
양은 세숫대와 등겨로 만들었던가 싶은 '군인 비누'를 들고,
밤 새 돌아간 발동기 속을 식히고 나온, 뜨거운 물-냉각수에 세수를 하려
방앗간 뒤를, 아침 박새처럼 찾아가곤 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집의 방아를 찧고 나면, 텃밭 한 쪽에 옮겨다 놓은 왕겨는 겨우내 아궁이에서 군불로 서서히 타 들어가고
광에는 방아찧은 쌀이, 짚으로 짠 가마니에 담겨 척 척 들여쌓아 졌던 것 같습니다.
광에는 들락거리는 쥐들이 쌀가마를 쏠고, 초가지붕 어딘가엔 쥐들이 빨간 새끼를 여러 마리씩 쳐 놓곤 하던 시절..

동네 가운데 자리잡은 방앗간에서, 발동기가 떵! 떵! 거리던 그 시절..


▲지게차가 500kg 들이 톤 백 두 개를 번쩍 들고 와, 투입구에 벼를 쏟아 넣음 ..


▲벼가 들어가서 왕겨를 벗고 현미로 나오기까지의 공정 ..


▲피대, 등겨간, 정미 과정, 쌀 상차..


▲쌀을 포대에 담은 뒤, 드르르..륵∼ 재봉질..


▲하우스 농사 등에 쓸 왕겨를 받아 가는 마현리 부부..


▲오늘 점심 메뉴는 비빔밥-썩 썩 '방앗간 밥'을 비비는 방앗간 '식구'들과 방아 찧으러 온 이 ..


▲방아찧은 농가에서 가져가겠다고 하면 등겨는 실어 주고, 남겨두면 2천원 씩 계산해 줌..


▲방아 한 철, 육단정미소 식구들(반명함 사진은 사장님), 식당 아주머님들과 다른 한 명의 일꾼-식구는 빠졌음..



61.81.202.193 대동: 앞줄 오른쪽분은 왜 뒷발을 들고 그러실까??^^ [01/08-01:26]
222.238.124.157 정삼진: 어휴! [06/11-16:38]
222.238.124.157 정삼진: 어휴!.
육단리 군상들 다 모이셨네.
종혁이형. 성원이형. 문철이형
다들 안녕하시지요.
이렇게 온라인에서 만나니 감회가 이상하다
그나저나 쌀을 주문하려고 하는데 어떻게하는지 궁금해요
다음에 뵐때까지 건강하세요. [06/11-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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