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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계보에서 물을 대는 작은 한 배미가 말라가고 있습니다. 봇물이 수로관으로 적게 내려오고 있는데다, 그나마도 윗 배미들이 먼저 물을 대니 제가 부치는 수원 댁 논까지는 흘러내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하수를 퍼댈 수 있는 관정이 있다면, 봇물이 내려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지만.. 작은 배미 논은 따로 관정을 갖고 있지 않기에, 천상 봇물로 적셔야 하는데 사흘째 물꼬는 물맛을 못 보고 있고, 수로관은 바짝 말라붙었습니다. 이러다가, 논바닥이 아주 마르면 물대기가 더 어려울 것이기에.. 좀 있다, 자정 즈음엔 다시 논으로 나가 봇도랑을 따라 올라가며 제가 부치는 논까지 물이 내려올 수 있도록 어떤 <조치>를 취해 볼까 합니다. 가뭄 든 것도 아닌데, 보 미말(아래쪽에 있는 논)에 가깝다 해서 여러 날 물이 내려오지 않는다면, 천상 야밤에라도 물을 따오는 수 밖에요. 예전엔, 봇물 대느라 밤을 지새는 일 뿐 아니라, 서로 다투어 물을 대려다 보니 싸움도 심심찮았답니다. 지금은, 밤 지키며 물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아까, 저녁 어스름 즈음에 수로를 따라 이곳 저곳을 살펴보는데.. 제가 부치는 논 보다 더 아래쪽에 있는 동네 김경기 어른께선, 마나님과 함께 논두렁 콩 김을 매고 계시더군요. 제가 이쪽 저쪽을 오가는 것을 건너다보시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김경기 어르신도 저처럼 오늘밤을 빌어 봇물을 대실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제가 밀계 봇도랑으로 나가 볼 시간이 다가옵니다. 물을 만나지 못해 바싹 마른 수로관 속을 수분에 허기진 몸으로 뛰어 다니는 고추개구리(무당개구리)들도 흘러 내리는 봇물이 많이 기다려 질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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