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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리-이슬이 걷히고 바람 살랑 부는, 오전 10께 부터 시작한 고개 너머 큰골 논 벼 베기.. 전날 밤, TV 뉴스시간의 일기예보를 통해.. "내일, 일부 강원 산간지방엔 올 들어 처음 눈이 내리겠고.. 최저 기온은 서울 8(?)도, 철원 2도.."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마음 심란했습니다. 어둠이 내린 밤, 밖에 나가 보니 기온은 벌써 구들방 싸늘한 윗목처럼 차가웠습니다. 다음날-그제 아침, 마당에 세워진 차의 유리는 성에가 끼어 얼어붙고.. 슬레이트 지붕, 산자락, 베 벤 논엔 허옇게 된서리가 내려앉았습니다. 올 가을 들어, 처음은 된서리 내린 날-그제.. 벼 베기를 마무리했습니다. 고개 너머 '큰골 논' 천8백 여평, 밀계 못자리 배미와 그 옆 배미 천8백 여평.. 그리고, 다리 건너 문철형님 댁 논 부치는 것- 못자리 배미와 흑미-검정 쌀 심은 논, 합하여 3백 여평 ![]() ▲큰골 논, 벼 말리는 것을 맡기기로 한 동네 이정모님이 콤바인에서 벼 받는 것을 거들어 주시고.. 이러구 저러구 해서, 벼 베는 날짜가 밀리다 보니 마지막 벼 베기는 늦어졌습니다. "지금 벼 베기를 안한 논들은, 콤바인 주인들 것 밖에 없다 더라.." 누군가 그러더군요. 콤바인 '영업'-다른 농가의 벼 베기를 하느라, 정작 콤바인 소유주들은, 자신의 논 벼 베기를 가장 늦게 한다는 얘기인데. 이쪽 저쪽 들판을 둘러 봐도, 지금껏 벼 베기를 하지 않은 논이 드물다 보니.. 상대적으로 늦어저, 서리가 내린 날의 벼 베기는 한때 마음이 좀 그랬습니다. "아무래도 서리가 내린 다음에 벼를 베면 안 좋다는데, 벼 알이 괜찮을까요?" 이슬이 걷히자 마자, 먼저 시작한 고개 너머 큰골 논의 벼를 베는 동안.. 동네에서, 농사 잘-꼼꼼하고 부지런히 짓기로 손꼽히는 이정모님께 여쭤 봤습니다. "개안해(괜찮아).. 이렇게 서리 내린 담에 바로 비는 것은 개안은데.. 저것이, 며칠 지나면서 젖었다 말랐다하면 아무래도 절미斷米-깨지는 쌀이 생기고 덜 좋지.." '벼농사 기술자' 분의 대답을 듣고 보니, 그래도 '위안'이 됩니다. ![]() ▲밀계 못자리 배미를 벨 즈음, 해는 앞산에 걸려 그늘을 드리우고, 저 만치 가을 빛 모기동산.. 올해, 벼가 팰-이삭이 나올 즈음을 전후해 병충해 방제 약을 못 치다 보니.. 일반 벼 중 <태봉 벼> 품종을 심은 저의 논은, 흉작凶作 이상으로 수확이 적었습니다. 병충해에 상대적으로 강한 오대벼 심은 논은, 그나마, 일반 벼 심은 논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 한 편인데.. 그래도 오대 벼 심은, 고개 너머 큰골 논의 벼를 베고 보니, 역시나 벼가 덜 났습니다. 큰골 논의 벼를 벤 뒤, 태봉 벼를 심은.. 밀계 논으로 옮겨 베고 보니, 생각했던 대로 최악의 작황作況 입니다. 몇 해전 나온 영화 제목 중에, <죽거나 나쁘거나> 라는 것이 있는 걸로 아는데.. 밀계 논, 그 중에도 못자리 배미에서 나온 벼의 상태와 수확량이 꼭 그 표현입니다. ![]() ▲못자리하던 4월이 그 그저께 같은데, 흉년 농사를 지었지만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사진 ☞보기.. "자고로, 농사는 해마다 잘 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봉급생활자들처럼, 상여금을 받는다던가 하는 추가적인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 해에, 두 번 짓는 이모작이 가능한 것도 아닌데.. 윷놀이에서, '도 아니면 모'라는 말이 있듯.. (하긴 도와 모 사이에는 개, 걸, 윷이 있기는 하지만..) 농사는 자연재해, 병충해 뿐 아니라 농부 자신 탓에 의해서라도.. 흉년드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해마다 '모' 이어야 하는데.. 저는 올해, 흉년 농사를 지었습니다. 올해로 농사 7년 차, 지금껏 어설프고 게으른 농부.. 그제, 마무리 벼 베기를 하면서 그런 저런 생각으로 마음 칼칼하고 퍽퍽했습니다. ![]() ▲다리건너 최문철님 논, 5월에 농촌체험 행사하느라 옆 배미 보다 보름 늦게 심었던 못자리 배미.. 그래도, 고개 너머 큰골 논 벼 베기를 하는데 논둑과 논안에서.. 툭! 툭! 튀어 다니고, 짧게 날아다니는 메뚜기가 제법 많은 것에 위안도 좀 받았습니다. ![]() ▲고개 너머 큰골 논, 예전엔 방죽-둠벙이었던 맨 윗 배미를 베며 이정모님, 심보운님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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