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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마 밑에 매달아 마당을 밝히는 백열등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불을 웬만해선 켜지 않습니다. 서이는 종종 그 불을 밝힙니다. 밤중에, 마당에 나서 뒷간으로 갈 때나, 이따금, 제가, 농민회 회의나, 어디 다른데 가서 소식 없이 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을 때.. 서이는, 마당에 불을 밝히곤 합니다. 그럴 때, 집에 돌아온 저는.. 마당을 밝히고 있던 불부터 끕니다. 형광등도 아닌 백열등이, 나 없는 동안.. 얼마나 전기를 잡아먹었을까.. 하는 '조막손이' 마음 때문입니다. 어제, 와수리, 아는 이의 조명가게에 갔다가.. 백열전구를 대체하는 형광전구에 대해 꼼꼼히 물어보고, 하나 사 와서.. 바로, 백열전구를 빼 내고 새로 사온 형광전구를 끼웠습니다. 백열전구의 3분의 1 전력으로 그 보다 밝은 빛을 낸다는, 형광전구.. 어제, 서이가 학원에서 돌아올 즈음인.. 저녁 8시께, 저는.. 전에 없이, 마당에 불을 밝혔습니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서이에겐, 더욱 을씨년스럽게 느껴 질.. 국도 변 허름한 우리 집, 그 컴컴한 마당을 들어서는, 서이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환해 질 것을 바라며.. 앞으로도, 제가 집에 있으면서 서이를 맞이하는 저녁이면.. 마당을 밝히는 불을 켤까 합니다. 또한, 서이가 저를 기다리는, 어느 날 저녁.. 마당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더라도, 전기료에 대한 부담 없이.. 그 불은, 서이가 나를 기다려 온, 마중 불이려니.. 편안한 마음으로 마당을 들어설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얼마의 전기료 때문에, 그 동안 나는.. 서이처럼 마당 불-마중 불을 환히 밝히지 못했던 것인가? 돌아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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