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볍氏 (moonemi@hanmail.net)
2003/10/1(수) 18:51 (MSIE6.0,Windows98,i-NavFourF) 61.82.43.145 1024x768
마당 불, 마중 불  

처마 밑에 매달아
마당을 밝히는 백열등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불을 웬만해선 켜지 않습니다.

서이는 종종 그 불을 밝힙니다.
밤중에,
마당에 나서 뒷간으로 갈 때나,

이따금,
제가, 농민회 회의나,
어디 다른데 가서
소식 없이 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을 때..
서이는, 마당에 불을 밝히곤 합니다.

그럴 때,
집에 돌아온 저는..
마당을 밝히고 있던 불부터 끕니다.

형광등도 아닌 백열등이,
나 없는 동안..
얼마나 전기를 잡아먹었을까..
하는 '조막손이' 마음 때문입니다.

어제,
와수리, 아는 이의 조명가게에 갔다가..
백열전구를 대체하는 형광전구에 대해
꼼꼼히 물어보고, 하나 사 와서..
바로, 백열전구를 빼 내고
새로 사온 형광전구를 끼웠습니다.

백열전구의 3분의 1 전력으로
그 보다 밝은 빛을 낸다는,
형광전구..

어제,
서이가 학원에서 돌아올 즈음인..
저녁 8시께, 저는..
전에 없이, 마당에 불을 밝혔습니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서이에겐,
더욱 을씨년스럽게 느껴 질..
국도 변 허름한 우리 집,

그 컴컴한 마당을 들어서는,
서이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환해 질 것을 바라며..
앞으로도, 제가 집에 있으면서
서이를 맞이하는 저녁이면..
마당을 밝히는 불을 켤까 합니다.

또한,
서이가 저를 기다리는,
어느 날 저녁..
마당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더라도,
전기료에 대한 부담 없이..

그 불은,
서이가 나를 기다려 온,
마중 불이려니..
편안한 마음으로 마당을 들어설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얼마의 전기료 때문에,
그 동안 나는..
서이처럼 마당 불-마중 불을
환히 밝히지 못했던 것인가?

돌아봅니다.




61.74.11.233 최선순: 우리집에는누군가가 집에없을 적에는항상 밖에불이잇어요 컴컴하면 들어가기가 실어지거든요 그집도 서이가 올때까지 발껴주새요  [10/06-19:56]
볍氏: 저도 앞으로는 그래볼까 합니다. 불을 마냥 켜 놓을 수는 없고, 서이가 돌아오기 30분쯤 전 부터 마당에 마중불을 켜 볼까 합니다. 언뜻, 이런 노랫말이 떠오릅니다. 내 마음의 등불..?  [10/07]
  이름   메일 (관리자권한)
  내용 입력창 크게
                    답변/관련 쓰기 폼메일 발송 수정/삭제     이전글 다음글           창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