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볍氏 (moonemi@hanmail.net)
2003/6/5(목) 12:10 (MSIE6.0,Windows98,i-Nav3.0.1.0F) 61.74.13.103 1024x768
저는, 참게 보다도 못합니다..  


조금 전 아내가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나야! 오늘은 못 나갔어?.."

그리곤 TV에서 보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충청도 칠갑산 근처에 참게가 많이 사는데..
참게는 알을 낳으려면 먼 물길을 지나 바닷가로  가야 한답니다.
중간에 센 물살을 만나고, 사람들이 막아놓은 보에 가로막히기도 하고..
온갖 어려움을 이겨가면서 부여를 지나고,
멀고 먼 군산 앞 바다까지 역경의 길을 간답니다.

결론을 짓듯..
아내는 제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은 참게보다도 못해!"
"당신이 참게 보다 나은 점, 세 가지만 대 봐!"
저는 참게 보다 나은 점을 한 가지도 대지 못했습니다.

일은, 어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모내기도 마치고, 이제 슬 슬 논두렁 깎고 논물 대고..
좀 여가를 가지며 일을 하면 되기에..
신사곡 사는 친구 박재섭이와 함께,
모기동산으로 가는 둑방길에,
와수리 두부공장 하시던 댁에서 지어놓은 <원두막>에서..
막걸리 세 통을, 와수리 평양면옥의 아바이순대와 오이를 안주로 해서 먹고 마셨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취해 떨어졌는데..
아내가 전화를 걸어왔던가 봅니다.
제가 정신없이 취한 모습을 알게 된 거죠.

그리곤,
오늘, 이렇게 투병하고 있는 줄 알고 다시 전화를 해설라믄..
"이 참게 보다 못한 인간아!"
그렇게 얘기하는 겁니다.

이리 끌리고, 저리 끌리고..
술 마시고, 건강 잃고..
참게와 같이 어려움을 딛고 살아가는 의지가 없다는 거지요.

돌아보니..
제가 참게 보다 나은 점이 무얼까?..
찾을 수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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